인간의 마음은 간사하다. 어떤 것을 손에 넣기 전까진 ‘이것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해도, 막상 갖고 나면 그 만족감은 오래지 않아 허탈감으로 바뀐다. 갖고 싶던 것을 계속해서 사는데, 그럴수록 마음 자꾸 허전해지는 것은 왜일까?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는 유튜브 채널 ‘rmp Contents’에 출연해 이런 허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바로 원하는 것(want)과 좋아하는 것(like)을 구분하라는 것이다.
김경일 교수/ 유튜브 'rmp Contents' 캡처
“사람들은 보통 원하는 것이 곧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것은 무조건 원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죠. 하지만 인지심리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 둘은 전혀 상관관계가 거의 없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김 교수는 자신이 겪었던 일화를 예시로 든다.
“놀이공원에 간 딸이 풍선을 든 아이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풍선을 갖고 싶다며 조르더군요. 결국 하나에 1만4천원이나 하는 풍선을 사줬습니다. 불과 15분 후에 딸이 팔이 아프다며 풍선을 하늘로 올려 보내더군요(웃음).
이것이 바로 무언가를 원하는 모습만 보고 당연히 그걸 좋아할 거라는 착각 때문에 빚어진 일입니다.
제 아이는 다른 아이들이 다 갖고 있어서 풍선을 원했을 뿐, 그 풍선을 좋아한 건 아니었던 거죠.
사람들이 허탈해지고 슬픔을 느끼는 메커니즘도 이와 비슷합니다. 어떤 것을 갖고 싶어한다는 건,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 내 마음이 불편해진 것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말 내 것으로 만들 가치가 있는지는 한 단계 더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원하는 것이 아닌 진정 좋아하는 것을 어떻게 알아낼까? 김경일 교수는 우선 원하는 무언가가 보이지 않는 상태를 만들라고 한다.
“놀이공원에 간 아이 일화로 돌아가 보면, 그때 딸아이를 풍선을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만 있는 공간에 데려가야 해요. 그곳에 간 아이가 풍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이를 떠올리지도 않는다면 상황은 자연스럽게 종료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도 풍선을 떠올리고 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이는 풍선을 좋아하는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도 무언가를 원하는지 좋아하는지 헷갈린다면, 이를 안 가지고도 잘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보세요. 그 사람과 만나면서 그 대상이 머릿속에 아른거리지 않는다면, 거기에 우리의 소중한 자원을 투자할 필요가 없습니다."
글 이규연 기자
마음건강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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