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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지혜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

by Joyst 2020. 10. 8.

“Si vales bene, valeo(시 발레스 베네, 발레오).”

이 말은 로마인의 인사법으로 ‘당신이 잘 있으면 나도 잘 있습니다’라는 뜻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상이 걱정인 요즘, 이 말처럼 반가운 말이 없다. 거리에서건, 지하철에서건 중무장을 하듯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면 나도 모르게 죄인이 된 것 같은 마음마저 든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 등 신종 바이러스가 등장할 때마다 개인의 일상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치르는 대가가 크다. 동물을 가축으로 길들이고 섭취하면서 인간은 다양한 질병을 얻게 되었다. 특히 산업화 도시화가 가속화된 현대 사회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생하던 풍토병이 급속도로 전 지구적인 전염병이 될 수 있는 위험에 늘 노출되어 있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다양한 방역과 의술 또한 진보하고 있지만 전염병에 의한 죽음을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수의학자 마크 제롬 월터스(Mark Jerome Walters)는 자신의 저서 《에코데믹, 새로운 전염병이 몰려온다》에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104, 라임병, 한티바이러스, 웨스트나일뇌염 등 최근의 주요 전염병을 소개하면서 ‘에코데믹(ecodemic)’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에코데믹은 생태를 뜻하는 ‘에코(eco)’에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합성해서 만든 용어로 인류가 지구 환경을 파괴한 결과 나타난 생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전염병, 즉 ‘생태병’ 내지 ‘환경전염병’을 뜻하는 용어이다. 

월터스에 따르면 1970년대 이후 등장한 신종 질병의 75%가 야생동물이나 가축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사망원인 1위가 전염병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이 오직 자신의 욕망과 행복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다른 존재를 함부로 대한 결과가 전염병으로 인한 죽음의 고통인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가 변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전염병은 언제든 다시 나타날 것이고, 인류는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손을 잘 씻고 마스크도 착용하는 등 위생에 신경을 쓰고,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검진과 자가 격리를 통해 주변에 전염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변죽만 울린다면 더 큰 위험을 뻔히 보면서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 될까 염려스럽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면서 살아가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재미있는 일화를 하나 소개할까 한다. 티베트의 한 린포체가 그의 부인과 차를 몰고 프랑스 시골 마을을 여행하게 되었다. 그들은 아름다운 풍경에 감탄하다가 공동묘지 앞을 지나게 되었다.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서양에는 모든 것이 단정하고 깨끗하군요. 심지어 시신을 안치한 곳조차 먼지 하나 없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이렇게 깨끗하지 않은데 말이죠.”

그러자 린포체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그래요. 정말 그렇죠. 이 나라는 문명이 발달한 국가니까. 그들은 죽은 시신을 위해 저렇게 놀랄만한 집을 마련했군요. 하지만 당신도 보지 않았어요? 그들은 살아 있는 시신을 위해서도 멋있는 집을 짓지요.”

오직 자신의 욕망과 현실에 매몰될 때 우리는 단조롭고, 보잘 것 없고, 되풀이되고, 하찮은 것을 위해 삶을 소모한다. 린포체의 말처럼 살아 있는 시신이 되는 것과 무엇이 다를지 생각해 볼 일이다. 눈앞에 닥친 현실만 볼 게 아니라, 그 너머에 있는 것을 보려고 할 때 오히려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인생으로 나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이 또한 삶이 주는 역설의 지혜일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가 알려주는 진실은 우리는 언제 어디서 어떤 방법으로든 죽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혼족이 많아진 요즘 시대, 당신의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나요? 부디 당신이 잘 지내길 바랍니다. 그것이 나와 우리가 잘 지내는 것이니까요. Si vales bene, valeo(시 발레스 베네, 발레오).”         

행복한은퇴발전소

글 : 양준석 / 한림대 생사학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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