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2019년 한 콘퍼런스에 참석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규모의 금융회사 JP모간을 이끌고 있는 제이미 다이먼(64)은 42세 때던 1998년에 정상 직전까지 올랐다 하루 아침에 굴러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당시 미국 최대의 금융회사였던 씨티그룹 사장 자리에 올랐다 곧바로 해고된 것이다. 그것도 15년간 충성을 바쳤던 그의 상사에게 “넌 해고야”(You’re fired)란 말을 들었다.
그 때 그는 누구보다도 똑똑했다. 미국 명문 터프츠대학에서 심리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고 미국 금융산업 어디에서든 환영 받는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서 MBA(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또 열심히 일했다. 일주일에 80시간 이상 근무는 기본이었다. 이런 열심으로 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에서 일하던 27살 때 훗날 씨티그룹의 CEO이자 회장이 되는 샌디 웨일의 눈에 띄어 오른팔로 발탁됐다.
하지만 웨일을 따라 이직한 종합 금융회사 트래블러스 그룹에서 씨티그룹과의 합병을 성사시킨 직후 쫓겨나게 됐다.
이 때문에 그는 최근 링크드인 수석 에디터 대니얼 로스와 인터뷰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는 것이나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성공하는데 가장 중요한 비결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잘 나갈 때는 몰랐던 2가지
다이먼은 지난 7월15일 팟캐스트 ‘위대한 인물과의 커피’(Coffee with The Greats)에 출연해 “씨티그룹에서 해고됐을 때 정말 놀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놀랄 필요가 없었다”며 “숨길 수 없는 징조들이 있었는데 난 그 때 그걸 놓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그가 놓쳤던 한 가지는 팀으로 일하며 느끼는 동지애였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있는 사무실에 걸어 들어가 얘기하고 당면 현안을 함께 처리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그가 놓친 또 다른 한 가지는 “무엇인가를 위해 함께 싸우는 공동의 전쟁”이었다. 그는 “팀과 함께 성취해야 할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며 “팀 플레이를 해야 하는 스포츠 선수라면 이게 무엇인지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다이먼은 누구보다 똑똑했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지만 공동체 의식과 그 공동체를 이끌 공동의 비전 제시에서 실패했던 것이다.
/사진=pixabay
밑바닥에서 배운 성공의 핵심 비결 4가지
다이먼은 씨티그룹에서 나온 뒤 2년 가까이 백수로 지내며 수많은 리더들의 전기를 읽으며 다시 일을 하게 된다면 어떤 리더가 되기를 원하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2000년에 엄청난 손실로 고전하던 금융회사 뱅크원의 CEO로 취업해 3년만에 놀랄만한 실적을 올리며 회사를 부활시켰고 2003년 JP모간의 사장 겸 COO로 발탁돼 바로 다음해 CEO 자리에 올랐다.
바닥 생활을 거치며 깨달은 위대한 리더의 4가지 특징이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2인자 참모였던 다이먼을 조직을 포용하며 이끄는 1인자 리더로 성장시킨 것이다.
다이먼은 링크드인과 인터뷰에서 경영이란 카리스마를 갖고 사람들을 이끌거나 뛰어난 두뇌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성공한 리더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겸손, 개방성, 공정성, 진실성”을 꼽았다.
이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진부하다고 느낀다. 겸손이나 개방성, 공정성, 진실성이란 누구나 아는 좋은 품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4가지 특징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다시 말해 이 4가지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진=pixabay
겸손과 개방성, 공정성, 진실성의 진짜 의미
사람들은 겸손이란 자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일할 때 자신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낮추고 업무 성과를 다른 사람들의 공로로 돌리는 것이 겸손일까. 이런 겸손이 성공의 비결인 걸까. 아니다.
다이먼의 인터뷰 내용에서 유추해볼 때 성공의 비결로써 겸손이란 “내가 대우 받기를 원하는 대로 다른 사람을 대우하는 것”이다. 나만큼 다른 사람도 대우받을 자격이 있음을 알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무조건 나를 낮추고 남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나라면 어떨까를 생각해보고 나에게 하듯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이 겸손이다.
개방성이란 열린 마음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구체적으로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고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똑 같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개방성이다. 모든 사람을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야 어떤 의견이나 아이디어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공정성은 사람들을 똑같이, 차별없이 대우하는 것이라기보다 정당하게 보상하는 것이다. 다이먼은 정당하지 않게 보상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들이 일하기가 싫어질 것이고 이는 업무 효율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진실성은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말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진실성은 말에서 시작해 행동으로 완성된다.
똑똑한 사람이 열심히 일하면 혼자 먹고 사는데 부족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똑똑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만으로는 42세 때의 다이먼처럼 반드시 한계에 부딪힌다. 이 때 더 나아가게 하고 더 높이 올라가게 해주는 것이 겸손과 개방성, 공정성, 진실성이다.
이 4가지가 있어야 공동체를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인정받을 수 있고 공동체가 뒷받침돼야 나의 성공을 우리의 성공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성희 콘텐츠총괄부국장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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