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만 해도 결혼식장에는 결혼식을 주관하는 주례가 있었다. 보통 신랑이 평소 존경하는 은사나 직장 상사를 주례로 모셨다. 주례사는 외모도 좋아야 하지만 이혼 경력이 없고 아들이 있어야 했다. 이런 사람을 찾기도 어렵고 찾았다 해도 본인이 고사하는 경우가 많아 주례 선생님을 찾아 승낙을 받는 일도 결혼 전에 해야 할 큰일이었다.
새롭게 한 가정을 이루는 선남선녀의 주례를 선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주례사나 복장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부담도 커 주례 부탁을 거절하는 경우도 많았다. 요즘은 결혼식 풍경이 달라져 예식장에서 추천해주는, 일면식도 없는 전문 주례를 모시기도 하고 아예 주례 없는 결혼식도 있다.
주례사 없는 결혼식이라 해도 신랑 아버지와 신부 아버지가 주례를 대신해 신랑 신부에게 덕담을 하고 하객들에게 인사말은 해야 한다. 주례의 고민이 부모의 즐거운 고민으로 옮겨왔다. 신랑 아버지가 되는 후배가 결혼식장에서 많은 하객과 아들인 신랑과 며느리인 신부 앞에서 덕담 겸 인사말을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자문을 해왔다.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인생에 있어서 자식의 결혼식만큼 부모로서 행복하고 기쁜 날이 없다. 나는 이런 인사말을 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저는 신랑 아버지 ooo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세인데도 용기를 내어 제 자식의 혼사를 축복해주기 위해 멀리서 이렇게 와주신 일가친척 및 내빈 여러분께 진심으로 혼주로서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60도 인사)
이제 결혼식이 끝나면 웨딩마치와 함께 부모 슬하를 떠나 새롭게 한 가정을 이루는 아들 oo와 며느리 oo에게 여러 하객분들을 증인 삼아 우선 몇 마디 당부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아들과 며느리야, 내 말을 덕담으로 귀담아 들어라!
첫째, 서로의 건강을 챙겨주는 건강부부가 되길 기대한다. 건강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이야말로 인생에 있어 최고의 자산이란다.
둘째, 가정이란 집과 같지만 house가 아닌 home을 만들어야 한다. 믿음과 소망과 사랑 중에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다. 사랑 없이 백년을 사는 것보다 사랑하며 하루를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라. 사랑하는 아내가 기다리는 홈이야말로 지상 최고의 낙원이란다. 작은 일이라도 서로 상의하고 배려해주고 존중해주면 언제나 웃음꽃이 활짝 핀 행복한 스위트 홈이 된단다.
셋째, 모든 일에 성실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대충해서 될 일은 아무것도 없단다. 봄에 게으름을 피우고 가을에 넉넉한 추수를 바랄 수는 없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거라. (3초간 멈추었다가)
-사돈댁을 바라보면서
오늘! 아들의 결혼식날 애비로서 한없이 기쁘고 행복하고 가슴이 벅찹니다.
20여 년간 곱게 키운 딸자식을 저희 집에 보내주신 사돈댁에 깊은 감사를 드리며 친딸 이상으로 사랑하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사위가 되는 제 아들도 많이 아껴주십시오.
-하객들을 바라보면서
하객 여러분, 이렇게 많이 오시고 축하해주셔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하객을 향해 60도 인사와 고개 숙여 3초간 머무름)
조왕래 시니어기자bravopress@etoday.co.kr
BRAVOmy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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